목회자 칼럼: 사순절을 맞아서

 사순절이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대신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신 주님의 사랑과 고난을 묵상하여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40일간의 교회 절기입니다. 사순절은 부활절에서 거슬러 올라가 여섯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인데 올해는 36일부터 418일까지가 사순절 기간입니다 (매해 날짜가 달라지는 이유는 생일을 음력으로 지키는 분들의 생일이 양력으로는 매년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인 노아 홍수도 40주야로 내렸고, 출애굽한 이스라엘도 40년간 광야에서 방황했으며,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명과 율법을 받으며 지낸 기간도 40, 예수님께서 금식하신 기간도 40일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하는데 회개로 시작하는 날입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회개할 때 머리에 재를 뿌렸던 것처럼 지금도 천주교에서는 이날 나뭇가지를 태운 재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립니다.

 사순절의 처음 시작은 초대 교회 성도님들이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의미하는 성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며칠씩 금식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성경에 정확히 나와있지 않은 절기를 굳이 지킬 필요가 있는가 질문하시기도 하십니다만 우리에게 값없이 은혜를 주시기 위해서 당하신 주님의 깊은 고난을 좀더 묵상하고 기억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삼는다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순절 기간은 원래 금식 또는 절식의 기간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으며 채소와 생선만 허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완화되고 지금은 경건훈련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성경 통독, 특별 새벽 기도회등을 하고 있고 그동안 목적이 이끄는 삶 40, 목적이 이끄는 공동체 40, 성경탐구 40일 등의 40일 켐페인을 비슷한 기간에 진행하여 왔습니다.

   사순절에는 우리의 죄를 위해 고난 받으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불우한 이웃을 위한 구제와 자선이 많이 행해져왔습니다. 특히 사순절에 행해지는 금식 기도를 통해 주님의 고난에의 동참, 불의한 자신에 대한 회개뿐만 아니라 불우한 이웃의 배고픔과 가난을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기간동안 우리 역시 아침 금식이나 오락 금지와 같이 '어떤 것을 하지 않는 것'을 실행할 수도 있겠고, 성경 통독이나 새벽 기도, 구제와 같이 '어떤 것을 하는 것'을 실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게 정해진 금식과 함께 새벽과 아침 시간에 성도님들 한 분 한 분을 위한 중보의 기도 시간을 좀 더 늘리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솔직히 꽃이 피는 봄이 오는 시기에 사순절이라고 하면서 40일 동안 예수님의 고난만을 묵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순절을 맞이해서 마음을 다시 여미고 영적 훈련에 조금 더 힘쓰는 것, 분주한 일상 한 복판에서 잠시 멈추고 하나님을 생각하려고 애쓰는 것... 이런 것들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적성장에도 도움이 되구요.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애쓰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 함께 애쓰는 사순절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