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새해를 여는 기도

받은 상처는 예리한 매스가 되어 가슴을 후벼팠고

준 상처는 아둔하여 두루뭉실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 잘난 멋에 살아온 빈 껍데기였고

나의 관점이 진리라 고집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할 때 그것이 나의 전부라 착각했고

남의 허물을 덮어줄 내 안에 여백이 없었습니다.

나 가진 것 너무 많아 교만했고

나 받은 것 너무 많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남을 미워한 것 때문에 내가 더 미웠고

내 것이라 아등바등 할 때 가난해짐을 배웠습니다.

나를 부인할 때 내가 누구인지 보았고.

내가 죽어야 산다는 것 알았습니다.

남을 인정할 때 부유하다는 것 알았고.

남이 존재할 때 내가 있음을 아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남이 아파할 때 어미의 가슴으로 눈물 품게 하시고

남이 쓰러질 때 일으켜 세우는 아비의 굳센 팔뚝 되게 하소서.

미움, 시기, 질투에서 까마득히 도망치게 하시고

서로 모자란 것 채우고 느슨한 바보가 되어 구겨진 세상 피게 하소서.

 

                     (오정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