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이것이 욥의 믿음입니다 (욥기 27:1~12)

  세 친구들의 비난과 정죄에 대답하는 욥의 마지막 답변 (26~31)에서 욥은 변함없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온갖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믿음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욥은 하나님의 사심을 두고 이렇게 맹세합니다. 나는 결코 불의를 말하지 아니하겠고 거짓을 말하지 아니하겠고 (4) 결코 친구들의 잘못된 것을 옳다고 하지 아니하겠고 내가 죽기 전에는 나의 온전함을 버리지 아니할 것이라! (5) 나는 이제까지 무죄하게 살았고 앞으로도 일생동안 마음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떳떳하고 의로운 삶을 살리라! (6)

  혹은 욥이 지나치다고 평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 하나님 앞에 죄인인데 그렇게 자신은 무죄하다고 큰 소리 치는 것은 교만한 것이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말씀을 통해 욥의 마음을 묵상하며 마음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욥의 아픔이 너무나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욥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숭고한 믿음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욥은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나에게 호흡을 허락하시는 한 나는 하나님의 뜻대로 의롭게 살겠다고 맹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입니까? "나의 정당함을 물리치신 하나님, 나의 영혼을 괴롭게 하신' 전능자 하나님이십니다(2).

  욥이 친구들로부터 자신이 당한 고난 때문에 죄인으로 낙인이 찍힐 때에 한 마디 욥의 편에서 거들어주시지 않았으니 욥의 정당함을 거절하신 하나님이신 것 맞습니다. 한 순간에 전 재산과 아들 일곱을 빼앗아 가시고 아내로부터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는 저주의 소리를 듣게 하시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종기가 나서 재 더미에 앉아서 질그릇으로 온 몸을 긁게 하시고 친구들을 통해 교만하기 끝이 없는 죄인으로 취급받게 하셨으니 그의 영혼을 괴롭게 하신 하나님이신 것 맞습니다. 

  믿고 섬겼지만 고난으로 갚아 주신 하나님, 한 마디 그 고난의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으신 하나님, 나를 결국 고난 가운데에 죽게 하실 하나님, 죽을 때까지 나의 억울함을 밝혀 주시지 않을 하나님, 그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두고 지금 욥은 그 하나님의 뜻대로 의로운 삶을 살겠다고 맹세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나를 아프게 하여도 나는 끝까지 그의 길을 가겠다는 비장한 믿음, 바로 이것이 욥의 믿음입니다. 바로 이것이 나의 눈시울을 적신 욥의 믿음입니다.

   30년간 목회의 현장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시험에 빠져 믿음을 잃고 방황하는 분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어떻게 섬겼는데 하나님이 나에게 이렇게 하실 수가 있는가? 내가 교회를 어떻게 섬겼는데 교회가 나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섬겼는데 그가 나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시험에 빠져 관계가 깨지고, 교회를 떠나고 심지어 하나님을 떠난 분들의 공통된 외침입니다. 한때 그 외침에는 저의 외침 또한 포함되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욥의 믿음의 고백을 묵상하며 많은 것을 깨닫습니다. 욥의 믿음이 부럽습니다. 욥이라는 인물, 꿈에서라도 한 번 만나보고 싶도록 존경하고 싶은 인물입니다. 그리고 저의 약한 믿음이 낙심스럽습니다. 성도들의 약한 믿음이 걱정스럽습니다.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온갖 시험과 유혹이 창궐한 이 시대에 '그리하지 아니하실지라도' 고백하는 욥의 믿음을 본받을 수 있도록!